야담과 설화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대구(對句)

백산. 2023. 7. 13. 14:00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대구(對句)
 
 
고려 때,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중국에 들어가 과거에 급제를 하였다.
 
이때, 중국의 학사 구양현(歐陽玄)이 그를 변방 사람이라 하여 경솔히 여기고 글 한 짝을 지어서 조롱하는 것이다.
(獸蹄鳥迹之道 交於中國)
(수제조적지도 교어중국)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왕래하느냐?" 하자.
 
목은은 즉석에서 대답하기를,
(犬吠鷄鳴之聲 達于四境)
(견폐계명지성 달우사경)
"개 짖고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오고 있다."
하여 구양현(歐陽玄)을 놀라게 했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다니느냐? 한 것은 우리를 극도로 멸시하여, 너희들 새나 짐승 같은 것들이 어찌 감히 우리 중국 땅을 더럽히느냐 하는 글이다.
 
그러나 여기에 화답한 목은(牧隱)의 시(詩)가 더욱 묘하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옵니다.
즉 이것은 우리 조선을 새나 짐승으로 취급한다면, 당신네 중국은 역시 개나 닭이지 뭐냐는 기막힌 풍자였다.
 
구양현(歐陽玄)은 기이하게 여기고 또 글 한 짝을 지었다.
(持盃入海 知多海)
(지배입해 지다해)
"잔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니, 바다가 큰 줄 알겠더라." 하자.
 
목은(牧隱)은 또 즉석에서,
(坐井觀天 曰小天)
(좌정관천 왈소천)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하늘을 작다고 하는 도다."
하고 회답하니, 구양현은 크게 경탄하여 항복하고 말았다.
 
이때 목은(牧隱)과 성명이 같은 사람이 있었다.
이것을 비유해서 중국의 어느 학사가 목은(牧隱)을 조롱하는 말로,
(藺相如 司馬相如 名相如 姓不相如)
(인상여 사마상여 명상여 성불상여)
"인상여와 사마상여는 이름은 서로 같으나 성은 서로 같지 않네." 하자.
 
목은(牧隱)은 즉석에서 대답하기를,
(魏無忌 長孫無忌 古無忌 今亦無忌)
(위무기 장손무기 고무기 금역무기)
"위무기와 장손무기는 옛날에도 꺼릴 것이 없고 지금에도 꺼릴 것이 없네." 하였더니, 그 학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하면서,
 
"동방에는 이런 글재주가 있으니 우리가 공경하지 않을 수 없도다." 하고
목은(牧隱)을 자기들의 스승으로 대우했다는 이야기다.
 
아! 아! 목은(牧隱)의 이 세 차례의 회답한 글은 다만 대구(對句)로서만 용할 뿐이 아니라, 실로 문장과 이치가 모두 구비해서 하늘의 조화로 자연을 이루어놓은 것과 같으니 실로 그는 동파(東坡)나 그 밖의 이와 대등한 여러 사람에게 못지 않다 하겠다.
 
 
- 고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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